ÁMPL MAGAZINE_artist_SODAM JOOKYUNGSOOK

소담 주경숙 LET HUNDREDS FLOWERS BLOOM

소담 작가의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호랑이 다음으로 눈에 띄는 꽃들의 색감이 인상에 박힌다. 원색의 화려함도 잠깐, 익살스러운 호랑이의 캐릭터가 웃으며 맞이한다. 호랑이와 꽃, 화단, 문양 등 민화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것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소통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이기도 하다. 국내에서의 현시대의 예술이라 하면 서양의 색깔이 좀 더 가미 돼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오랜만에 한국과 서양의 미가 공존한 아티스트를 만나 뵈어서 정말 의미가 달랐다. 싱그러운 초록빛과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넘쳐나는 한여름에 원색으로 펼쳐진 한편의 시같은 그림과 작가님을 뵙고 왔다. 호랑이 머리속에서 분출되는 꽃다발처럼 독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기 전에 AMPL이 직접 갤러리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전달한다.

꽃호랑이(130x162cm), Acrylic on canvas, 2017
let hundreds flowers bloom(80x100cm),Acrylic on Canvas, 2021
꽃 호랑이2 (53x 45cm) Acrylic on Canvas, 2017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담 주경숙입니다. 저는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 후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서울에 거주하면서 강의 및 활발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22년차 작가입니다. 

작품 중 가장먼저 호랑이가 눈에 들어온다. 호랑이를 그리는 이유가 무엇이며, 민화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여행을 하며 영감을 얻기를 좋아해요. 여행중 사찰을 돌아보다 사찰의 곳곳에 민화를 발견 하곤 했죠. 민화의 이미지보다는 상징적인 이미지에 꽂혀 꽃, 호랑이, 문양, 탑, 석상 등을 그려오곤 했습니다. 그 중 호랑이라는 캐릭터가 여러 작품으로 해학적 묘사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어릴적 일찍 여의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어요. 민간신앙에서의 호랑이는 우리에게 일부 수호신의 의미를 주잖아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자연스레 작품으로 녹아들면서 보살핌을 받고 싶었나봐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 속 호랑이의 표정은 용맹스러움에서 익살스럽고도 친근하게 변해갔는데, 이 또한 아버지의 모습을 호랑이에 대입해 삶의 흐름을 그려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원색의 색감이 정말 화려하다. 꽃에대한 작업이 많은데 어떻게 그리게 되었는가요?

저는 아주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논과 밭에서 하루 종일 놀던 아이였어요. 이름도 모르는 들꽃을 참 좋아합니다. 예쁜 꽃을 꺾어 손에 한 움큼 쥐어 들고 집에 가는 일도 많았습니다.  저는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나의 삶과 동떨어진 그 시대의 유행을 따라 그림을 그렸던 적이 있습니다. 작가는 진실한 자기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지 늘 찾아 다녔어요. 

 20년 전 부터 한국 그림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부족한 내면을 더 채워보고 싶어서 직접 궁금한 것을 찾아 나섰습니다. 실제로 사찰구경(성혈사 꽃문, 정수사꽃문, 내소사꽃살문 등등)을 하면서 유난히 꽃살문에 눈이 가고 정이 들었습니다. 사찰을 장식하는 하나의 방법인데요 보통은 꽃을 조각 해 넣지 않습니다.  꽃살문이 있는 사찰을 찾아 다니며 궁금하고 관심 있는 것을 열심히 찾아 다녔습니다. 인간이 가진 장식의 본능이 수많은 예술을 낳고 특히 종교미술이 그랬던 것처럼 불교미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장식 본능이 강했던 저는 사찰에서 발견한 꽃살문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습니다.  꽃은 어디에서든 우리가 귀하게 생각하는 장소를 ‘장식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은 가장 아름다울 수 있도록 원색의 생생한 모습을 강조합니다. 좀 더 화려하고 더 반짝이게 그리려고 합니다. 꽃을 선물하는 의미를 더 강조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꽃이라는건 우리 인생에서 삶과 축복, 죽음을 동시에 상징 하잖아요? 이렇게 인간과 우주의 연결고리 같은 꽃은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표현되길 바랬어요.

아테네 신을 연상케 하는 호랑이와 꽃의 조합은 마치 동서양의 조합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꽃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이 있죠. 잘 되고 싶은 욕망, 예뻐지고 싶은 욕망,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 우리는 이런걸 좀 드러내면 안되는것일까요? 요즘의 멋이 그저 남들에게 잘 나게 보이고 외적인 좋은 모습만 보이는것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면, 오히려 본인을 있는 그대로 당당히 드러내고 야망과 욕심이라는 욕망을 보여주는것이 제가 느끼는 진정한 자신감이라 생각해요. 젋은분들이 보다 더 사회에 크고 당당하게 자신의 꿈과 욕망을 피우라는걸 꽃을 통해 표현했어요.

꽃탑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일반 꽃탑과는 좀 느낌이 다른것 같아요. 꽃탑은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가요? 민화적 요소가 많이 표현되는 작품들인거 같아요

꽃을 둥글게 장식한 ‘화환’을 축하의 의미로 선물하는 것은 한국의 오래된 풍습인데요, 그 뒷면이 매우 초라하고 조잡한 것에 비하면 앞면은 크고 활짝 편 꽃과 잎사귀로 장식을 합니다. 화환을 받는 사람에게 전하는 축하의 의미도 있지만  보내는 사람의 사찰에 가서 쉽게 볼 수 있는 탑이 그러하듯이 꽃으로 장식한 화환은 꽃으로 쌓은 탑이다 라는 해석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그림 중에서도 특히 민화는 그 시대에 무척 규칙과 법규를 중요시하던 양반 계급의 문화에 대항하여 자유롭게 자신들의 뜻대로 그림을 펼친 사람들의 그림이잖아요, 자유와 해학과 즐거움 익살 등은 저를 표현할 때 가장 잘 맞는 주제이다 보니, 민화 공부가 재미 있었구요, 민화의 보편적인 이미지보다 민화에서의 상징성에 대해 더 재미를 느꼈습니다. 민화에서 모란꽃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고, 바위는 ‘장수’를 상징하는 ‘태호석’을 많이 그렸는데 그 모양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꽃과 함께 잘 어울려서인지 민화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바위를 감아 돌고 있는 물을 그리면서 생명력을 더 강조하고 싶어요.  조선시대에는 새해 첫날 대문에 그림을 붙여 잡귀를 쫓는 풍속이 계속 있었어요.

오행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요.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는 역학을 이해하지 못해도 오행 그 자체로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더 그렇지요 ! 바위가 물을 만나야 건강하고 금생수(金生水) 쇠는 물을 낳는다. 쇠에서 물이 맺힌다(쇠가 물을 맑게 한다)라고 합니다. 둘이 서로 잘 맞는다는 상생의 뜻입니다.

꽃을 드리리(65×90.5cm),Acrylic,2020
꽃탑도3 (45.5x53cm) Acrylic, 2017

과거 그림을 보니 한지에 작업한 마릴린먼로의 작품이 유독 눈에 띄었어요. 예전부터 동서양의 혼합과 융합에 대한 그림체가 남달랐던 것 같은데 그녀를 그리게 된 계기가 따로 있었나요?

1980년에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와 한동안 손편지를 주고 받았었습니다. 그 친구는 미국 잡지에 나온 여배우 사진이나 예쁜 엽서를 편지와 함께 넣어 보내고는 했어요.마릴린먼로의 누드 사진도 꽤 많이 보내 왔고, 소머즈, 원더우먼 사진도 있었어요. 아직도 생생하네요 ! 먼로는 마침 엄마가 좋아하던 여배우였기 때문에 집에도 먼로의 사진이 실린 잡지들이 있었어요. 2012년에 처음 먼로를 그려 전시회에 내 놓았는데 전시장에 온 사람들이 참 좋아했었어요 ! 문인화기법으로 서양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그들에게 흥미로운 작업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릴린 먼로에 관한 책도 읽고 영화평론도 보고, 사진들도 수집해 보았습니다. 이왕이면 남다른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릴린먼로는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 용기 있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나의 어머니와 참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였고, 알면 알수록 더 재미를 붙여서 한동안 빠져 있었습니다. 

 

그간 굉장히 많은 전시를 진행했었는데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었나

2013년에 마릴린먼로를 주제로 했던 전시 : Marilyn Shop 라는 제목으로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했습니다.전시 준비를 위해서 1년 꼬박 준비했고 반응도 좋아서 양평미술관에 초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그려오게 된 계기나 그림체가 굉장히 의미있고 유니크 합니다. 앞으로도 젊은 세대와 더 많은 소통을 하시면서 좋은 영향력과 작품을 많이 보여주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작품활동에 집중하며 대중들에게 더 친근한 작가로 다가가기 위해 많은 경험과 기회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저 소담 주경숙 작가 많이 기억해 주시고, 좋아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에겐 아버지의 존재를 그림속 호랑이가 대신 역할을 하며 절 수호해 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민화의 상징적 요소에 끌려 영감을 얻은 꽃이라는 매개가 삶과 죽음을 동시에 상징하듯, 인간과 우주의 연결고리로 표현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꽃처럼 젊은이들이 이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꿈과 욕망의 피우고 살라는 메세지를 함께 꼭 전해 주고 싶습니다. “

우리는 다시 한번 소담 주경숙 작가의 그림속에서 꽃이 주는 다중적 의미와 작품속 그 외 다양한 민화 요소의 스토리텔링을 Flower, Craving, Guardian spirit이라는 전체적인 큰 타이틀로 곱씹어 본다.